졸업 후 기계 관련 직종에서 일하게 되었다. 평소 기기를 조작하고 작동 원리를 파악하는 일에 흥미가 있었기에 업무 자체는 만족스러웠다. 하루하루 현장에서 배우며 실력을 쌓아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단순히 일을 잘하는 것과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음을 깨달았다. 기계설비유지관리자라는 직책은 아무나 맡을 수 없는 전문 영역이었다.

문제는 현재 보유한 학력과 경력으로는 선임 요건에 도달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승진을 위해서는 공인된 라이선스가 필수였고, 그것 없이는 아무리 실무 능력이 뛰어나도 한계가 명확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경력만 쌓으면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체계적인 준비 없이는 전문가로 인정받기 어려운 구조였다.

관리자로 선임되기 위한 조건을 하나씩 알아보기 시작했다. 크게 두 가지 경로가 있었다. 첫째는 기계 또는 건축설비 분야의 산업기사나 기사 자격을 보유하는 것, 둘째는 냉동·공조 관련 기술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었다.

만약 자격증이 없다면 10년 이상의 실무 경력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시간을 기다리기엔 너무 오래 걸렸다. 당장 커리어를 발전시키고 싶었기에 자격증 취득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그중에서도 기사 등급이 업계에서 가장 인정받고 우대받는다는 정보를 얻었다. 문제는 응시 자격이었다. 관련 학과 학사 학위 소지자, 동일 분야에서 4년 이상 근무한 경력자, 또는 학점은행제로 106학점을 이수한 사람만 시험에 도전할 수 있었다.

나는 세 가지 조건 중 어느 것도 충족하지 못했다. 학위는 전문대 수준이었고, 경력도 4년에 미치지 못했다.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학점은행제는 국가에서 인정하는 공식 교육 제도였다. 온라인으로 수강한 과목들이 법적으로 정규 대학 학점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는 점이 핵심이었다. 직장인이나 주부들이 많이 활용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든 점은 유연성이었다. 정해진 시간에 캠퍼스에 가지 않아도 되고, 자신의 페이스대로 학습을 진행할 수 있었다. 또한 이전에 다녔던 전문대의 학점을 인정받아 시작할 수 있어 기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혼자 계획을 세우려 했지만 제도가 낯설어 막막했다. 다행히 전문 플래너가 배정되어 로드맵을 함께 작성할 수 있었다. 그는 내 상황을 분석한 후 최적의 경로를 제시했다.

기존 전문대 학점 인정과 더불어, 국가 공인 자격증 하나를 추가로 취득하면 학습 기간을 더욱 줄일 수 있다는 조언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단 15주 만에 기사 시험 응시 요건을 갖출 수 있었다.

인터넷 강의는 매주 개강 날짜를 기준으로 업로드되었다. 일반 대학처럼 고정된 수업 시간표가 없었고, 2주 안에 출석만 인정받으면 되었기에 일정 관리가 수월했다. 출근 전이나 퇴근 후, 주말을 활용해 집중적으로 수강했다.

온라인 환경 덕분에 기사 시험 준비도 동시에 진행할 수 있었다. 이동 시간에는 강의 영상을, 집에서는 문제 풀이를 하는 식으로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했다.

학기 중간중간 과제와 토론, 시험이 있었다. 처음에는 걱정했지만 플래너가 참고 자료를 제공해주었고, 중간·기말고사는 오픈북 형식으로 진행되어 부담이 적었다. 덕분에 학점 관리에 성공하며 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

행정 절차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순조롭게 마쳤다. 학위 신청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미리 준비했고, 5월 2회차 기사 시험에 정확히 맞춰 응시할 수 있었다.

시험을 통과하고 자격증을 손에 넣은 순간의 감격은 잊을 수 없다. 단순히 종이 한 장을 받은 것이 아니라, 전문가로서 공식 인정을 받았다는 의미였다. 이제 기계설비유지관리자로서 정식으로 선임될 수 있었다.

현재는 유지관리 책임자로 근무하며 이전보다 큰 책임감을 가지고 업무에 임하고 있다. 현장에서의 경험과 공인된 자격이 결합되니 일의 깊이가 달라졌다.

돌이켜보면 가장 중요했던 건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경력만으로는 10년이 필요했지만, 전략적으로 접근하니 훨씬 빠르게 목표에 도달할 수 있었다. 교육부 인증 제도를 활용한 덕분에 직장과 학업을 병행하며 효율적으로 준비할 수 있었다.

비슷한 상황에 있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다. 자격 요건이 부족하다고 포기할 필요 없다. 체계적인 계획과 적절한 지원만 있다면 생각보다 빠르게 길이 열린다.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고, 자신에게 맞는 경로를 선택하는 것. 그것이 성공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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